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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 광고 / 항공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행뿐일까

삶은브랜드/마케팅&광고

by 진소장 2019. 6.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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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몰래 스카이스캐너를 켜고 왕복 최저가를 찾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시간입니다. 단 돈 만 원이라도 싸다면 출근 땐 절대 못하던 새벽 출발도 마다 하지 않습니다. 이런 헝그리 정신으로 공부 했으면 서울대에 갔겠죠. 놀러 가는 일은 말 그대로 겁나게 쒼나는 일입니다. 세상 끝날 때까지 놀러 다니며 방랑자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 생엔 불가능하겠죠. 일단 쩐이 부족하니 방랑자의 삶은 다음 세상으로 미뤄두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모두 이맘때쯤이면 우리만의 여행을 떠납니다. 대한항공이 말했죠.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고.

 

 

대한항공 광고 TVC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여행법이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함께가는 떠들썩한 여행을 반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여행법인지 떠나 여행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비행입니다.

 

 

항공사들은 비행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비행을 다루는 항공사들은 소비자와 소통할 때 여행 키워드를 씁니다. 아름다운 여행을 만드는 법,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 등. 기억나는 광고메시지를 보면 이런 뉘앙스가 많습니다. 한번에 갈 수 없었던 곳의 직항취항,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는 것, 가기 어려운 곳의 신규 취항, 고객을 섬기는 마음. 하지만 이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진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이런 여행을 말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의문도 듭니다. 항공사들이 말하는 새로운 여행지로의 편안한 비행은 실제로 우리 여행을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어 줄까요. 여행은 방점은 여행지에 있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직항이 아니라 돌고돌아 떠나는 기차을 선택했다면 그 여행은 어떻게 바뀔까요. 북적대는 기차 안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가 마주 앉았다면, 갈아타야 하는 버스를 놓쳐서 처음 걷는 길 위에서 히치하이킹을 한다면. 때로는 빠른 여행보다 어렵고 느린 여행은 더 많은 경험을 일기장에 적어줍니다. 만약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빼면 비행에는 어떤 본질이 남을까요.

 

 

 

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이 '진짜 비행이 무엇일까'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항공사가 많습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항공, 부산항공, 티웨이 등등. 하지만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사람들의 여행 꿈을 부풀리거나 새로운 취항노선을 말하는 꼴이었죠. 이 때 티웨이가 본질을 꿰뚫는 신선한 키워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티웨이항공 TVC / 진짜 비행이 시작된다

 

 

진짜 안전이 시작된다, 진짜 비행이 시작된다 - 티웨이항공 광고카피

 

티웨이는 그대들의 의무를 '안전'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내 의무이고 기본이라고. 안전비행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그래요. 추락 비행기는 말이 없습니다. 비행 없이 여행은 있을 수 없고, 안전비행없이 여행지는 꿈나라일뿐입니다. 모두가 뭉개구름같은 아름다운 여행 감성을 부풀리고 있을 때, 건조하게 비행을 본질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건조함이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여행? 예술이 함께하는 파리여행?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난 그런거 몰라요. 내 임무는요, 그냥 당신을 여기에서 당신의 여행지로 아주 무사하게 데려다 주는 일이에요." 모든 것을 뺐을 때 가장 밑바닥에 남게 되는 비행의 본질 아닐까요. 여기서 저기로 나를 옮겨 놓는 일. 가장 무사하게.

 

 

승무원이라는 사람을 다시 이야기하다.

 

이 부분도 좋습니다. 승무원을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 이상으로 표현해주었다는 것. 승무원 관련 사회적 이슈가 많은 시기를 노린 의도적인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어쨋든 좋습니다. 승무원을 친절하고 예쁜 사람이기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사람으로 말해주었습니다. 승무원은 하늘에서 소방관이고 경찰관이고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 직업의 사명과 숙명을 아주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광고기획자에게 업의 본질을 찾아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항공사들과 관련된 최근 사태가 티웨이에게 질문을 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진짜 하는 일은 무엇이냐고. 참 생각해보면 별거 없는 질문인데 대답이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기획자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좋은 질문은 항상 수많은 생각을 낳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건조한 질문으로 멋진 답을 찾아내는 일. 이번 티웨이 광고 카피를 이렇게 다시 조합해봅니다.

 

진짜 질문이 시작된다, 진짜 광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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